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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취임일에 맞춘 서울 교통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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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대적으로 개편된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가 시행 이틀이 지나도록 질서가 잡히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교통체계 개편인지 알 수 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가 대대적인 수술을 필요로 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다. 또 업체의 반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시내버스의 노선조정은 실시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 대중교통의 혁명이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자리잡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현재 드러나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보면서 아직도 서울시가 업적 과시형의 전시행정을 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에선 이명박 시장의 취임 2주년에 맞추려고 군사작전처럼 강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버스중앙차로제, 요금체계 개편, 버스 노선조정 등 여러 가지 대책을 한꺼번에 실시한 것은 과욕이었다. 더군다나 교통수요가 많은 평일을 시행일로 택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론이나 구청 등에서 홍보를 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대부분 익숙한 발걸음에 따라 출근길.등굣길에 나서게 마련이다. 이를 고려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중이나, 출근자가 적은 토.일요일을 택했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길가에서 타던 버스를 길 한가운데로 건너가 타야 하고, 버스 번호는 바뀌었고, 요금체계도 복잡하게 바뀌었으니 시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힘들기는 버스 운전기사도 마찬가지다. 승객이 종전의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면 못 본 체 하기도 어렵고, 버스중앙차로가 실시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던 서울시 홍보와는 달리 혼잡만 엄청나게 더해졌다. 버스중앙차로제는 교통수요와 도로폭의 차이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교통체증을 가중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사항이 어떤 것인지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길 바란다. 또 이미 결정된 시스템이라도 초기의 시행착오를 과감하게 반영해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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